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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더 덥게 느껴지는 요즘 여름입니다. 이런 여름이 되면 저는 밥을 먹고 난 후, 딱딱한 복숭아 한 입 정도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이내 곰팡이가 퍼져서 물렁해진 채로 버리게 됩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해 보면,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는데 마트나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괜히 구경하던 습관 때문이었습니다. 조그만 것에 눈길이 가거나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뭔가 씹을 걸 사러 들어갔다가, 진열된 할인 상품에 매번 현혹되곤 했었죠.

마트 할인 과일, 색에 끌려 5번 버렸습니다
저는 평소에 과일을 잘 먹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마트에 갈 때마다 화려한 색에 눈길이 가고, 할인까지 하고 있으면 '이번 기회에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하곤 했습니다. 막상 집에 오면 몇 입 먹고 냉장고에 넣어두는 게 전부였고, 과일 특성상 금방 상해서 결국 못 먹고 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올여름에는 유난히 덥기도 하고 단 게 먹고 싶은데 배는 부르니까, 쉽게 먹을 수 있는 복숭아, 포도, 수박, 참외 같은 걸 그런 식으로 사서 5번 넘게 버렸습니다. 그중 가장 아까웠던 건 복숭아였습니다. 저는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하는데, 사놓은 복숭아 이곳저곳에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상한 부분만 잘라내려 해도 이미 물렁해져서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박스로 사면 비싸다고 생각해서 봉지에 담긴 걸로 2만원어치를 샀는데, 결국은 그걸 다 버리게 됐습니다.
5천원 아끼려다 2만원 날린 2중 낭비
그 2만원어치 복숭아가 할인 전 가격이랑 비교하면 5천원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어차피 먹을 거면 조금이라도 싸게 사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5천원 이득은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산 걸 다 먹는다는 전제에서나 성립하는 거였습니다. 저는 애초에 과일을 잘 안 먹는데 이번엔 도전해 보겠다고 산 거였으니, 결국 2중으로 낭비한 셈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데 있으면 좋으니까라는 식으로, 할인이라는 이유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었던 겁니다. 할인을 한다고 해서 양을 많이 늘릴 게 아니라, 할인이 덜 되거나 아예 안 되더라도 저한테 필요한 만큼의 양과 품질을 따지는 게 큰 그림에서는 훨씬 합리적인 소비라는 걸 이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선물 용도까지 생각될 때만 삽니다
지금은 마트에서 할인 상품을 눈여겨보긴 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제가 먹는 양이 적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할인에 맞춰서 양을 사려고 하면 먼저 이걸 어느 기간 동안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정말 다 먹을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보고 구매 여부를 판단합니다. 혹시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주변에 선물할 용도까지 생각해 보고, 그렇게 계산했을 때 합리적이다 싶으면 그때는 망설이지 않고 삽니다. 반대로 지금 잠깐 한두 입 먹고 입가심할 정도라면 굳이 욕심내지 않고 참거나 다른 걸 봅니다.

이렇게 바뀌고 나서 실제로 결제 금액부터가 달라졌습니다. 마트에서 할인에 대한 충동소비만 줄였을 뿐인데도 결제할 때 만원에서 2만원 정도가 줄었다고 느껴집니다. 냉장고 안도 확실히 깔끔해졌습니다. 예전엔 불필요하게 많이 사놓고 빨리 먹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막상 손이 잘 안 갔는데, 정리하고 나니 지금은 딱 필요하고 자주 손이 가는 것들만 냉장고에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트에서 할인 문구를 보면 일단 한 번 멈춰서, 이걸 정말 다 먹을 수 있을지부터 스스로 물어보고 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