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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년에 서너 번씩, 월급도 들어오고 여기저기 나눠서 투자도 하는데 뭔가 쎄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돈이 어디로 새고 있는 건지,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는 건지, 어디를 손봐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 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계부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앱 대신 노트에, 한 달에 한 번씩 적었습니다
처음엔 뱅크샐러드나 토스 앱으로 계좌를 한 번에 불러와서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요즘은 앱 하나에 계좌를 연결해 두면 자동으로 지출 항목이 분류되니까 훨씬 편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앱을 시작하려니 그 무렵 있었던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계좌 정보까지 다 연동해 놓는 게 찜찜해서, 결국 그냥 휴대폰 기본 노트앱에 직접 적기로 했습니다.
매일 기록하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하나하나 적으려면 그것도 일이라, 저는 월급이 들어오고 카드값이랑 투자금이 다 빠져나간 상태에서 한 달 동안 어떻게 썼는지를 한 번에 체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정리하면서 다음 달엔 이 부분을 개선해 봐야겠다는 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적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면 보통 2달 정도는 이어가는데, 한 달에 한 번 몰아서 적다 보니 습관으로 완전히 자리 잡지는 못하고 그 이상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1년에 서너 번 그 쎄한 느낌이 들 때마다 점검 차원에서 다시 노트를 펼치고 적어보고 있습니다.

고정비는 금방 정리됐고, 문제는 식비였습니다
가계부를 써보면서 고정비나 공과금은 금방 이해가 됐습니다. 통신비, 관리비, 보험료 같은 항목들은 매달 크게 오르내리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유지하는 정도의 금액이었으니까요. 숫자를 보면 바로 '아, 이건 이래서 나가는구나' 하고 납득이 됐습니다. 오히려 이 항목들을 들여다보면서 통신비, 공과금, 구독서비스를 하나씩 정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가계부를 적을 때마다 항상 가장 큰 항목으로 튀어나오는 게 식비였습니다. 전에 글로 남겼던 것처럼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변동비가 크게 오르내렸는데, 노트에 적어놓고 보니 그 변동폭이 거의 다 식비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떤 달은 유난히 배달을 많이 시켜서 지출이 확 뛰었고, 어떤 달은 그나마 요리를 해 먹어서 조금 줄어드는 식이었습니다. 이 패턴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식비를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그래서 계속 변동비를 점검하게 됐습니다.

아끼는 만큼 투자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변동비를 줄인 만큼 투자에 더 넣을 수 있다는 게 계산으로 눈에 보이니까, 조금이라도 투자를 더 하려면 식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노트에 이번 달 식비를 적고, 그 옆에 만약 이만큼을 아꼈다면 투자로 얼마를 더 넣을 수 있었을지 계산해 보는 게 어느 순간 습관이 돼있더라고요. 그렇게 숫자로 확인하고 나니까 더 아끼고 싶고 더 모으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됐습니다. 어차피 들어오는 월급은 정해져 있으니, 결국 여기서 얼마를 투자로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가계부를 쓸 때마다 이제부터는 꾸준히 써야지 다짐하지만, 매번 2달을 못 넘기는 게 사실입니다. 지금도 계속 쓰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씩 몰아서 적어보며 점검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신 토스 앱으로 이번 달 소비내역을 수시로,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건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확인만 하는 것도 결국 한 달 지출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니, 절약에 나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계부는 쓰다 그만두기를 반복하지만 아예 손을 놓지는 않고 있고, 지출을 스스로 계속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새는 돈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내 지출이 얼마나 어떻게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책상 앞에 앉아 딱 한 번만이라도 점검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계속 지출을 확인하는 습관만큼은 꾸준히 이어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