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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동안 앱에서 유심히 지출 내역을 살펴본 적이 있었습니다. 분명 지난달에 다짐을 했었고 이번 달 소비내역을 열어봤는데, 크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한 달 동안 여러 번 참고, 사고 싶은 것도 미루고, 나름 절약한다는 마인드로 지냈는데 막상 카드값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 별 차이가 없더라고요. 그 순간 왜 이렇게 됐을까 스스로한테 되묻게 됐습니다.

변동비부터 줄이려다 든 의문
저는 월급이 들어오거나 카드값이 빠져나갈 때마다 지난 지출 내역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미 뭘 샀을 때의 만족감은 오래전에 사라졌는데, 나가야 할 지출만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게 됐습니다. 처음 뭔가를 살 때는 분명 갖고 싶어서, 필요해서 산 건데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카드값 숫자만 남아있는 거죠. 그래서 처음엔 변동비, 그러니까 충동소비나 식비부터 줄여보려고 했습니다. 지난달 얼마를 썼는지 확인하고, 이번 달엔 이것보다 적게 써야지 하고 나름의 목표치도 세워봤습니다.
문제는 사람 마음이 그날그날 다르다는 겁니다. 지난달 지출을 보고 이번 달엔 진짜 아껴야지 다짐해도, 살다 보면 외식하고 싶은 날도 생기고 기분에 따라 뭔가 새로 사고 싶은 순간도 꼭 한두 번은 생기더라고요. 스트레스받는 날엔 유독 손이 헤퍼지고, 기분 좋은 날엔 이 정도는 나한테 선물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다음 달 지출 내역을 다시 확인해 봐도 크게 바뀌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난달 내내 강박관념처럼 소비를 억누르며 쪼들리게 지냈던 것 같은데, 결과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스스로 의문이었습니다.
통신비와 구독서비스, 정리하니 계속 유지됩니다
반면에 통신비와 구독서비스는 달랐습니다. 통신비는 알뜰폰으로 한 번 바꿔놓으니 그 뒤로는 매달 신경 쓸 일이 없었습니다. 요금제를 다시 고민하거나, 이번 달엔 데이터를 아껴 써야지 하는 생각 자체를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냥 매달 같은 금액이 빠져나가는데, 그 금액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작아진 채로 고정된 겁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티빙 같은 구독서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번 정리하고 나니까 그 이후로는 별다른 의지력 없이도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됐습니다. 만약 이게 변동비였다면 어느 순간 다시 결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재가입했을 텐데, 아예 해지해버리고 나니까 그런 유혹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처음 바꾸고 정리할 때만 앱 들어가서 요금제 비교하고 해지 버튼 누르느라 조금 귀찮았을 뿐, 그다음부터는 매달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게 변동비와의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강박적으로 참는 것보다 고정값을 줄이는 게 낫다는 결론
변동비는 아무리 다짐해도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매달 새로 마음을 다잡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너무 강박적으로 옭아맨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저를 위한 소비도 필요한데, 그걸 지나치게 죄책감 있게 여기면서 지낸 것 같습니다. 매번 이번 달은 진짜 아껴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스트레스였고, 그 스트레스가 오히려 어느 순간 갑자기 소비로 터져 나오는 패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변동비보다 고정비를 먼저 손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변동비는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지만, 고정비는 한 번 정리해 두면 그다음부터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됩니다. 당장은 바꾸고 정리하는 게 귀찮게 느껴져도, 딱 한 번만 손보면 그 뒤로는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걸 통신비와 구독서비스를 정리해 보면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변동비를 억지로 참기보다,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고정비 항목부터 하나씩 점검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매달 의지력을 써야 하는 싸움보다, 한 번 정리해서 끝내는 싸움이 저한테는 훨씬 지속 가능했습니다. 한 번 고정비는 정리해 놨으니 다시는 고정값이 커지지 않도록 잘 유지해 가며 변동비도 조절해 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