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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미달 난 그 아파트, 4년째 물티슈 홍보 중이다

즐겁게 놀아보세 2026. 8. 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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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말로만 듣던 청약에 당첨이 되면 집을 공짜로 주는 줄 알았습니다.

     

    정말 멍청한 생각이었지만, 그때는 진심으로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입사 1년 차였고,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어서 계약금 10%조차 낼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청약 미달 난 그 아파트, 4년째 물티슈 홍보 중이다

    청약 당첨, 집을 공짜로 주는 줄 알았습니다

    사회초년생 때부터 청약통장을 만들어서 한 달에 10만원씩 꾸준히 모아 왔습니다. 결혼 계획도 없었고 쭉 혼자 살 생각이어서, 1억을 모아 2억을 대출받아 3억짜리 아파트를 매매하겠다는 계획을 어렴풋이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는 지역에서 공장부지를 허물고 짓는 새 아파트 청약이 나왔고, 직장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지방이라 부동산 공급이 흔하지 않고 새 아파트니까 생애최초 청약을 써볼 기회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신청했고, 당첨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저는 부동산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당첨되면 집을 그냥 주는 줄 알았습니다. 당첨되고 나서야 계약금, 중도금, 잔금이라는 개념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런데 입사 1년차라 모아놓은 돈이 거의 없어서 계약금 10%조차 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다들 청약에 당첨되려고 난리라는 얘기만 들려왔고, 저도 정 안 되면 가족들과 같이 살면 충분히 투자해 볼 만하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당첨된 순간부터 모든 게 아까워져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걸 스스로 느꼈습니다.

    필로티 3층·지하주차장 옆, 그게 저를 살렸습니다

    고민 끝에 회사에서 부동산에 밝은 과장님께 여쭤봤습니다. 제가 당첨된 세대를 확인하시더니, 필로티 구조에 3층이고, 전망도 좋지 않고, 지하주차장 입구가 바로 옆이라 소음이 클 것이고, 경로당 등 복지시설과 실외기가 설치되는 곳 옆이라는 걸 짚어주셨습니다. 당첨된 건 좋았지만, 세대 자체는 조건이 정말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처음 당첨된 거라 기회를 버리는 것 같아 아까웠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민만 길어지던 중, 현실적으로 금액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서 결국 청약통장을 날리게 됐습니다. 만약 그때 조금 더 전망 좋은 고층에 당첨됐더라면, 혹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들어갔을 거라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선호하지 않는 세대에 당첨된 게 오히려 저를 냉정하게 만든 셈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니, 그 아파트는 주변에 다른 단지가 없어서 가격 형성 기준이 딱히 없어 보이는데도 4억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자취방 근처 아파트들이 보통 3억이었던 걸 생각하면, 지방에서 새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4억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결국 그 청약은 미달이 났습니다. 하마터면 들어가자마자 손해를 볼 뻔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4년째 물티슈 홍보, 그 뒤 제가 한 것

    시간이 지나고 나니 더는 아쉽지 않았고, 오히려 조급해하지 않고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아서 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도 그 아파트 소식은 계속 들려왔습니다. 있어 보이게 모집 홍보를 하고, 중도금도 무이자로 바뀌었다는 소식도 봤습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나가면서 보면 불이 켜진 세대가 몇 안 되고, 지역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직도 물티슈를 나눠주면서 홍보하기 바쁩니다.

     

    그 일을 계기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문용어를 알게 됐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지나칠 때 매물을 눈여겨보게 됐고, 월세·전세·임대·오피스텔·매매의 장단점도 구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뭘 모르는지를 알게 돼서 궁금한 걸 스스로 찾아볼 능력이 생겼습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걸 보면서 fomo가 왔었는데, 관심 있는 단지 근처 공인중개사 3곳에서 상담을 받고 매물도 10곳 넘게 확인해 봤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사는 곳에 대한 애착이 오히려 더 생겼고, 혹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많이 해소됐습니다. 4년째 불 켜진 세대가 몇 안 되는 그 단지를 지나칠 때마다, 당장 아까운 것보다 나중에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